제18장 열역학의 성립

칼로릭 이론
 
카르노의 원리
 
일과 열의 상호변환 : 열역학 제 1법칙
 
열역학 제 2법칙과 '엔트로피'
 
엔트로피 개념에 대한 이해
 

엔트로피 개념에 대한 이해

엔트로피 개념은 일단 정의가 된 후에는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주의 모든 변화를 통해서 항상 보존되는 것이 '에너지'인 반면에, 이런 변화가 방향성을 나타내 주면서 항상 증가하는 양이 '엔트로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태어난 엔트로피 개념이 사람들에 의해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1865년 클라우지우스에 의해 처음 제시된 이래 한참 동안 엔트로피의 개념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클라우지우스 자신도 그 자신이 정의한 개념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면이 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오해가 있었던 것은 클라우지우스에 의해 엔트로피가 정의된 형태가 지극히 간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 미분량으로서 정의되었으며, 그것은 이상적인 가역적 과정의 제한하에서의 정의였다. 따라서 실제 비가역적 과정에 대한 엔트로피의 변화는 계산하기도 힘이 들었고, 그것이 계산될 수 있었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이해하기가 극히 힘들었다. 그리고 그 점은 물리적 의미가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파악되었던 에너지 개념과는 크게 대조적이었다.

따라서 엔트로피 개념이 등장하자 곧 그것에 물리적 의미를 부여해 보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그리고 클라우지우스 자신에 의해 시작된 그 같은 시도가 성공한 것은 확률적인 방식을 통해서였다. 그것은 열역학 제2법칙이 수학적 추론에 의해서나 이론적 증명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경험적인 사실이라는 점으로부터 시작했다. 클라우지우스와 톰슨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 곧 열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흐르거나 아무런 다른 변화 없이 열이 일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과거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사실상 확신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것들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함이 증명된 일들은 아니었다.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 확률이 극히 낮아서 경험적으로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관측하기가 불가능한 일들이었던 것이다.

볼츠만

그렇다면 열역학 제2법칙이 제시하는 변화의 방향성, 예를 들어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르는 것은 그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지극히 높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우주의 모든 변화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지극히 높다는 것이 된다. 어떤 한 상태(상태 1)에서 다른 한 상태(상태 2)로의 변화가 항상 일어나기 위해서는 상태 2가 상태 1보다 확률이 지극히 높은 상태여야만 한다. 그런데 이 변화에서 상태 2는 상태 1보다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므로, 결국 엔트로피가 확률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어떤 상태에 대한 엔트로피가 그 상태에 대한 확률의 척도가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볼츠만(Ludwig Boltzmann, 1844∼1906)은 1877년의 논문에서, 주어진 상태에 대한 엔트로피가 그 상태에 해당되는 분자들의 배열방법 수의 로그(log)에 비례함을 보일 수 있었고, 확률이 배열방법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는 엔트로피가 확률의 로그에 비례함을 의미했다.

어떤 상태에 대한 엔트로피는 그 상태에 대한 확률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상태의 무질서함의 척도이기도 하다. 어떤 계(system)의 무질서한 상태(예를 들어, 기체상태)에 해당하는 분자들의 배열방법 수는 퍽 많고, 그에 대한 확률이 큰 데 반해, 질서가 있는 상태(예를 들어 고체상태)에 대한 배열방법 수와 그 확률은 극히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계 속에 담겨 있는 기체분자들의 가능한 배열방법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면(예를 들어, 순간순간마다 분자들의 스냅사진을 찍어서) 그 중의 거의 모든 배열이 분자들이 아무렇게나 섞여 있는 무질서한 상태에 해당되고, 극히 드문 경우에만 질서가 있는 상태(예를 들어, 모든 분자들이 용기의 한쪽에만 모여 있거나, 속도가 빠른 분자들은 모두 한쪽에 있고 느린 분자들은 모두 다른 쪽에 있는)가 얻어질 것이다. 이로부터 볼츠만은 어떤 기체계의 분자들이 질서 있는 배열로부터 시작해서 움직여 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무질서한 배열들로 가게 되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무질서한 배열들이, 가능한 배열 방법의 수가 훨씬 많고, 그에 따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볼츠만의 이 같은 논의는 카드놀이의 를 들어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아무렇게나 카드를 섞어서 놓으면 가능한 대부분의 카드배열은 무질서한 것이 될 것이고, 무늬나 숫자가 마구 섞여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무늬가 같은 것끼리 모여 있거나 숫자가 순서대로 되어 있는 질서가 있는 배열은 아주 드물게 얻어질 것이다. 따라서 질서가 있는 배열로부터 시작해 카드를 섞으면 거의 틀림없이 질서가 줄어든 배열이 얻어질 것이다. 무질서한 상태가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무수히 많은 배열들 중에서 아주 드물게는 질서가 있는 배열이 얻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섞기를 오래 되풀이한다고 해도 52장의 카드가 완전히 처음과 같이 질서 있는 배열로 얻어 지는 일이 생길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52장의 카드의 배열에서 무질서한 배열의 확률의 크기가 이러하다면, 10의 20제곱이 훨씬 넘는 숫자의 분자들로 이루어진 기체계의 분자배열에서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겠는가 하는 점에서 볼츠만의 논의의 힘을 짐작할 수가 있다.

따라서 볼츠만의 이 같은 논의로부터 분자들로 이루어진 계가 겪게 될 어느 물리적 과정에서나 무질서함(엔트로피)이 증가할 것은 거의 확실했다.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은 많은 숫자의 분자들로 이루어진 계에 적용되는 이 같은 거의 확실한 사실에 대한 확률적인 법칙이었다. 물론 확률적 법칙인 까닭에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것과 같은 극히 드문 경우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컵 속의 물의 분자들은 보통 아무방향으로나 무질서하게 움직이지만, 한 순간에 모든 분자들이 한 방향으로만―예를 들어, 위로만―질서 있게 움직인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그러면 물은 저절로 컵 위로 용솟음쳐 올라올 것이다. 이 경우에는 무질서한 움직임이 저절로 질서 있는 움직임으로 된 셈이며,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작아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바로 그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엔트로피를 이처럼 확률을 통해 정의해 줌으로써 볼츠만은 열역학 제2법칙을 확률의 법칙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만들어 주었다. 어떤 상태에 대한 엔트로피는 그 상태의 확률을 나타내 주는 척도이며, 계는 확률이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이동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그리고 이제 엔트로피와 확률 사이의 관계, 그것들과 분자배열의 무질서함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주어짐으로써, 엔트로피는 열의 출입이 수반되는 변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주어진 정의에서 벗어나서 모든 물리적 상태에 적용 가능해진 정의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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